memory

우리동네 영화관...

외야 2008. 12. 3. 20:16

이 사진은 제가 태어나기 전인 1962년...46년전쯤에 아버지께서 찍으신 사진입니다...

참~ 아버지는 취미가 이상한 것인지...아니면 제게 이러한 기억과 추억을 남겨 주실려고

그러셨는지...

인물사진 찍기도 어려운 당시에 가끔씩 우리가 살던 고향을 사진으로 남겨 놓으셨더군요...

만약, 이 사진이 없었더라면 아마 저는 나의 더 어린시절의 기억을 �을 수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버지...고맙습니다..) 

이 사진 한장이  내가 학교에 입학했는지...아니면 입학후의 일인지는...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생생했던 화재장면을 사택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서있던 나를 기억나게 합니다...

 

 

광산에서 태어나 자란 친구들은 어렴풋이 이 사진 속의 모습을 기억하리라 봅니다..왜냐면 당시엔 큰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영화관이 작은 광산촌에 떡~ 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사진속에서 가장 넓고, 높은집처럼 보이는 건물이 영화관입니다..

당시엔 약 10km정도 떨어진 양양읍에도 없었던 영화관 이었으며  당시 이 영화관은 많은  광산촌의 광부들에게

조금이나마 휴식과 위안을 주던 유일한 오락과 문화생활이었을 것입니다....

초여름 어스름 저녁때...이 영화관 앞에는 많은 아저씨들이 앞에 서 있었고  어린나이에 뭘 볼것이 있어서 그랬는지

기웃기웃 거리던 나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특별히 본 영화의 기억은 없으나  전쟁영화 같은 그림이 붙어 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당시의 영화를 상영했던 기술자인  친구 아버님이 많이 가지고

계실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스라한 영화관에 대한 기억의  끝에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이 빨간 불길에 휩싸여 쓰러져가는

영화관....그 모습을 보는 내가 있었습니다...

이 화재사건은  마을에서 굉장히 큰 사건이었으므로 당시를 기억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으며... 지금  회상하면

가장 가슴 아팠던분이  친구 아버님이셨으며 또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어린 그 친구였을 겁니다...

아마 그친구의 아픈마음이  나 보다도  그 당시를 더 뚜렷하게 기억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가... 태어나서  처음보는 화재로 아무 생각없이 빨간 불기둥만 보고 있을때  우리동네 영화관은

광부들의 아쉬움을 더 태우며 그 불길속에 사라졌으며  내 작은 기억속에서도 묻혀졌습니다...

 

언젠가 그친구를 만나면 쏘주한잔에... 묻혀진 기억을 꺼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