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집나오면 고생...

외야 2008. 12. 5. 19:37

만반의 준비도 없이...

우리는 마눌님들의 속마음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일전의 모임에서 뜻한데로

토요일 아침 일찍 떠나기로 작정을 하고 마침내... 가지 못하는 친구의 부러움을 안고 떠났다...

한친구는 간만의 소풍이라 어린아이처럼 전날밤 잠까지 설쳐야 했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40대 후반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지고 자기만의 시간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마냥 삶과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날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운가...

우리는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쳐서 삶의 여유를 잃어가는 것이다..가끔은 이렇게

변해가는 계절의 하늘도 한번 바라 볼 수 있어야 된다는 변을 마눌님들께 늘어 놓으며

또한 전날밤의 설레임을 뒤로 한채 우리는 옛오색령...한계령에 도착했다.

  

 

 

 

 

2008년 3월 8일 ...경칩이 3일전에 지나갔지만  한계령 정상은 아직도 약 20cm의 눈이 산을 덮고 있어 한 겨울을

연상케하였다..  대부분 사각으로 되어 있어 도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처마 밑의 고드름의 풍경이 그나마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려는듯 보석 같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지나칠 수 없는 것...  

역시,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이곳에서 쏘주1잔...

사실대로 말하자면 한계령에 오기까지 차를 타고 오면서 술맛을  좀 보아서 1잔이 아니라 5잔쯤은 된것 같다. 

 

 

한계령에서 오뎅국으로 가볍게 속을 풀고 나는 바로 양양의 새로운 맛으로 떠오르는 "섭국"을 친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이 집을 �았다...양양에 오면 이 집이 아니더라도 꼭 이 국은 먹고 가야지만 속이 풀리기 때문에

나는 주저없이 선택했다..

친구들도 이 맛을 꼭 기억하리라 믿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은 생각보다 사진빨이 안 좋게 나왔으나...

 

 

 나는 말 할것도 없이 이렇게 짠~~

 

 

그리고 음식먹기 까탈스럽게 소문난 lee도 예상외로..

 

 

다른 친구들도 조금은 싱겁다고 했으나 다들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었다..

섭국은 동해안 사람들이 바다에서 물질을 하면서 잠깐 잠깐 뭍에 나올때마다 체력보충용으로 조리해 먹었던 것으로

속초,양양 앞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참홍합으로 만드는 것으로 홍합의 크기로 보나 맛과 향으로 보나 양식 홍합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홍합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연산이라 겉껍질에서 생명이 느껴지는 강인함이 배어 있습니다.

섭을 너무 예찬하는것 같아 섭얘기는 여기서 그만!      못드셔본 분들은 양양가면 꼭!

 

 

 

그러나....먹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최씨가  착하게 생기신 사장님을 닥달하여 얻어낸 것이 바로 열갱이 튀김...

맛은 싱거웠지만 양양 근해에서 직접 잡은 자연산을 강조하시며... 무려 5마리나 주셨다. 역시 생선 대가리는 모두

최씨의 것으로 돌아갔다...    

 

 

 텔레비젼에도 출연하셨다는 사장님..

 

 

 이윽고 우리는 본격적인 회맛을 보기 위하여 낮익은 집을 지나 수산항을 �았다.  

 

 

 오랜만에 해보는 것이라 낚시채비가 느렸지만 그래도 이 맛을 보기 위하여 몇해전부터 양양 올때마다

싣고 왔었는데......이제서야 바다를 앞에 두고 앉았다...

 그런데 두분은 낚시에 별 취미가 없는것 같아... 정씨는 아쉽게도 차에 가고..최씨는 얼굴을 감싸고

누워버렸다(자세히보면 보임)... 별 수없이 lee와 나는 무작정 기다림의 시간으로 돌입했다. 

  

 

그러나...

기다려도....                                                                                                                             또  기다려도....

 

 

 

 기다리다못해.. 다리까지 꼬고 기다리다....  2시간도 참지 못하고 철수를 해야하는... ..

 최씨께서 가지고온 물고기를 담아갈 아이스박스를 걱정하며....회맛대신 비운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대로 돌아갈수 없는 최씨의 돌발 해삼구매로 인해 방파제 밑에서 해삼에 또 쏘주1잔이

곁들여 졌다. 약간은 오버한 해삼 수량을.. 들어오는 배 선장님에게 직접구입한 것이라 회를 먹고도 남아서

나머지 해삼들은 우리가 있는 내내 해삼탕...해삼탕...노래를 들어야 했다.   

 

그 다음날도 해삼탕에 미련을 못버린 최씨께서 해삼탕을 외치다 급기야 중국집 방문으로 인해..해삼탕은

말린해삼이 있어야 된다는 주방장님의 고언을 받아들여 그제서야 해삼탕의 노래가 끝날 수 있었다..

 

수산항에서는 양양친구 박씨를 만났다..정씨만 초면이고 다들 구면인지라 별 무리 없이 뼈아픈 술과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이어서 친구 전씨.이씨가 합석이 되었고 여기서 부터 술은 이미 우리를 꼭 안고 조개구이와

회를 불러냈다.

 

                                                                                낙산 조개구이집에서 양념이 살짝 된 가리비,피조개,섭등등..

 

이어 노래방 가기 족구시합에서는 최,lee,정씨는 1:2로 나,박,전씨에게 대패하여 박씨의 본거지인 양양으로 출발..

노래방 도착.

노래...

술...

폭탄 몇번 터짐...

 

 

이후 폭탄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다시 낙산의 밤바닷가에서...

 

 

 

정씨...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렇게 우리는 삶의 여유를 �는 첫밤을 폭탄에 몇방 맞아 여유없이, 생각할 겨를 없이 캄캄한 바다만 쳐다 보았던 것은

아닌지..(본 글은 사진속의 특정 인물과 관계가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대부분은 다음날 아침 양양의 별미 <뚜거리탕>을 시켜놓고 고사만 지내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래도 우리는 몸과 마음를 새롭게 다잡고자 목욕재계를 하고 다시 막국수에 도전했으나 나만 시원하게 먹은 것 같아

조금은 미안했다...(맑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아니어서...)

 

이어 내가 살았던 고향을 잠깐 둘러 보았다...빈의자와..오를 수 없는 계단, 부서진 집들로 인해 나는 쓰린 속이 더욱 아려

오면서 쓸쓸한 고향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의 길었던 1박 2일은 이렇게 짧게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반성하고 고쳐야 될점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많은 생각들을 하셨으리라 본다.

수년만에 친구들만의 여행이라 약간의 절제를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나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40대 후반에

들어서는 우리가.. 언제 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수년내(50이넘기전)에 다시 한번 술에 대한 절제의 멋을 한번

부려...긴 1박 2일이 되기를 원하며 다음기회에도 우리를 이렇게 믿어줄 마눌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집나오면 고생이다"라는

옛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며 글을 맺는다...^ ^~

 

 

덧붙임) 1. 황씨! 다음엔 꼭 같이가자..

           2. 끝까지 믿고 동행해준 후배에게 감사드린다.

           3. 한사 정덕수님은 장승리 미나미골에 계십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4. 고향에 가면 언제, 어느때든지 항상 반겨 주는 친구 박,전,이씨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