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2008. 12. 5. 19:27

<한계령에서>는  한계령시인 정덕수님의 시입니다.  이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양희은님의 노래로 더 친숙하지만

본 글의 주인공이 정덕수님이라는 것은 바보 같이 최근에 알고 전문을 허락없이옮겼습니다. 이시는 한사 정덕수님이

1981년 18살때 쓰셨다고 합니다.  내가 18살때는 어떤 감성으로 살았을까...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한계령이 가슴에 닿는 것은 아마 고향에 들어가는 첫 문이기 때문일겁니다.  언제나 정상에서 멀리 있는 고향을

한번 바라보고 내려갑니다. 

 

시를 읽다보면 정말 구름을 몰고 다니는 바람에 몸을 맡겨 바람을 따라 가는 듯 뭉클해집니다.  

 

다시한번 읽어봅니다...

 



한계령에서

 

온종일 서북주릉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동 중에 헤매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 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Posted by 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