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에서>는 한계령시인 정덕수님의 시입니다. 이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양희은님의 노래로 더 친숙하지만
본 글의 주인공이 정덕수님이라는 것은 바보 같이 최근에 알고 전문을 허락없이옮겼습니다. 이시는 한사 정덕수님이
1981년 18살때 쓰셨다고 합니다. 내가 18살때는 어떤 감성으로 살았을까...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한계령이 가슴에 닿는 것은 아마 고향에 들어가는 첫 문이기 때문일겁니다. 언제나 정상에서 멀리 있는 고향을
한번 바라보고 내려갑니다.
시를 읽다보면 정말 구름을 몰고 다니는 바람에 몸을 맡겨 바람을 따라 가는 듯 뭉클해집니다.
다시한번 읽어봅니다...
한계령에서
온종일 서북주릉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동 중에 헤매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 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